동침(同寢) / 최은지.
삼단같이 곱던 머리 흰 실과 검은 실이 동침(同寢)을 하네.
유린당한 세월을 솎아내려 침침한 눈 둥그렇게 뜨고 붉어진 마음 다독이고 솔밭사이 헤집고 헤집어 흰빛보다 더한 천연한 세월을 뽑네.
오호라 빽빽한 송림에 드문드문 비워진 세월사이 흰 실이 팔베개하고 눕는구나 검은 것을 남겨두고 흰 것만을 솎으려 함은 욕심에 눈먼 내 우매함. 핏빛보다 진한 청춘이 녹아 흰빛으로 물들었구나 나 이제 너를 끌어안고 어화둥둥 춤을 추며 살아야 함을 알았나니 희지도 검지도 않은 이 세월의 부질없고 덧없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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