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동침(同寢)

짧은 글 긴 생각

by 흥자 2004. 4. 18. 13:09

본문

동침(同寢) / 최은지. 

삼단같이 곱던 머리
흰 실과 검은 실이 동침(同寢)을 하네.

유린당한 세월을 솎아내려
침침한 눈 둥그렇게 뜨고
붉어진 마음 다독이고
솔밭사이 헤집고 헤집어
흰빛보다 더한
천연한 세월을 뽑네.

오호라
빽빽한 송림에
드문드문 비워진 세월사이
흰 실이 팔베개하고 눕는구나
검은 것을 남겨두고
흰 것만을 솎으려 함은
욕심에 눈먼 내 우매함.

 

핏빛보다 진한 청춘이 녹아
흰빛으로 물들었구나
나 이제
너를 끌어안고
어화둥둥 춤을 추며
살아야 함을 알았나니
희지도 검지도 않은
이 세월의 부질없고 덧없음이여.

'짧은 글 긴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리칠 수 있을 가  (0) 2008.06.10
農心  (0) 2008.06.07
선심의 창  (0) 2004.05.28
바람  (0) 2004.02.20
거리에서  (0) 2004.02.2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