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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짧은 글 긴 생각

by 흥자 2004. 2. 2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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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 최은지

 

계절의 길목에 
바람이 인다

바람은 파도를 만들고
파도는 산이 되어
해일처럼 밀려와
내 안의

섬 하나 만든다.

섬 속에 갇혀 버린 언어는
젖은 가슴 속에서 나와
입술을 배회하다 
휴지처럼 뭉쳐 
버려지고

버려진 언어는
하나 점이 되는 생(生)과
흙으로 부서지는

죽음(死)을 논하며
오늘도
인생을 쓰고
존재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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