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나만의 기도
부지런히 익음을 더해 준 가을 햇살이 저물어가는 시간이다.
도심의 불빛은 하나씩, 하나씩 생명을 얻어 꽃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9월, 첫날의 마무리는 순탄하게 지나가고, 일상의 하루를 접어 손가방 속에 넣고 내 쉼이 있는 집으로 향하는 길이다. 분주하게 오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기다리는 버스는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붉은 글씨만 멍청히 처다 보고 있는데, 멈춰진 버스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내렸다.
아무 의미 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각자의 방향을 향해 흩어지고, 그 중 유난히 굽은 허리를 더 굽히며 특별할 것도 없는, 너무도 평범하여, 아니 주름진 얼굴에는 삶의 굴곡이 담겨져 있는 한 노파가 내게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무작정 건네는 말, ‘참 복이 많게 생겼네, 그런데 왜 그렇게 잔 근심을 끌어안고 있나.....쯔쯔쯔’ 하며 안쓰러운 듯 말을 했다.
‘그래요?, 제가 그렇게 보이나요?’
‘응. 그렇게 보이네, 나도 하도 속이 답답하고 해서 지리산에 다녀오는 길이야....그랬더니 다리가 아파 죽겠네’
‘아~~네.’
눈은 오직 버스안내판을 향해 있다.
노파는 내 표정이나 감정을 살필 것도 없이 ‘내일부터 지리산 쪽을 향해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삼배를 해봐...그러면 괜찮아 질 거야’라는 밑도 끝도 없이 내가 노파의 이야기를 듣거나 말거나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리고는 더 말을 이어가려는데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도착했다.
노파를 향해 ‘먼저 가보겠습니다.’는 말만 승강장에 남겨둔 채 버스에 올랐다.
노파의 말이 따라왔다. ‘이야기 더 듣고 가지....’
버스에 올랐다.
자꾸만 노파의 말이 따라 왔다.
집을 향하는 내내.
아니 집에 도착해서,
잠자리에 들어서도,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자꾸만 맴도는 노파의 말.
정말 무엇인가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종교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터다. 그때 갑자기 생각이 났다. 어머니의 장독대가. 정화수를 떠 놓고 늘 자식들을 위해 빌던 어머니의 제단, 그 제단이 생각났다.
그래, 내가 아이들을 위해,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으랴, 기도를 하기로 했다.
어머니가 올리던 정화수 대신, 아침의 신선한 시간, 내 시간의 첫머리를 가족과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성껏 바치기로 했다.
노파의 말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정갈하게 세수를 하고, 지리산을 향해, 아니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향해, 창문을 열었다. 갇혀 있던 집안의 기운을 새기운과 맞바꾸는 작업으로 창문을 활짝 열고, 차가운 공기와 마주하며, 내 잠자고 있던 정신을 깨워 새날과 조우를 하며, 두 손을 모으고 가족들을 위해 정성을 다하여 축원한다.
주님!
우리 가족 모두에게 건강과 지혜와 경제적 넉넉함을 허락하여 주세요.
특히 공부를 하는 우리 미화, 하니, 상현에게 지혜를 주시사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살펴주시고, 남편과 저에게도 사회생활을 하고 가족을 이끌고 돌봄에 있어 부족함이 없도록 건강과, 지혜와 경제적 넉넉함을 주세요.
또한 우리 가족모두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여 주시 옵시고,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에게도 늘 건강과 지혜와 경제적 넉넉함을 허락하여 그 분들이 사시는 날까지 평안할 수 있도록 살펴주세요. 이밖에도 나를 아껴주시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축복을 내려 주시 옵시고, 어제도 주님의 품안에서 평안 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며, 오늘도 주님의 품 안에서 평안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옵나이다.
이렇게 시작한 기도는 2009년 9월 3일 이후 하루도 거름이 없이 지속되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몇 일이나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이젠 어떻한 상황에서도 나의 일상의 첫머리가 되었고, 그로 인함인지 가족들 모두 뜻하는 일들이 크게 어긋나지 않고 있다.
한 동안 술과 친구하며 시간을 조롱하던 남편이 부모에게는 효성스럽고, 가족들에겐 자상하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아들 또한 소망하던 학교에 들어가게 된 것도 그렇고, 학교에서 특별히 귀여움을 받는 작은 딸도 그렇고, 큰 딸도 대학을 졸업 후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참으로 우리 가정에 평화가 가득하다.
아직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경제적 넉넉함이다. 세 명의 학생을 뒷바라지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지만, 부족함 가운데서도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은 마련되고 있음에 감사하다.
내일은 걱정하지 않는다. 오늘을 보람 있게 최선을 다해 살고 있으니 아이들과 남편 또한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되어 지리라 믿는다.
난 지금 천군만마를 얻을 것 같다. 이 끝을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알 것도 같다. 그저 날마다 나의 첫 시간을 바치는, 아니 받아주시는 절대자의 배려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의 생각을 읽어내지 못하고, 내가 말하는 것만 듣겠지만, 그 분은 내가 말하지 않은 것 까지도, 나의 생각까지도 읽어 주실 것이다.
말로서 고하지 못하고 심중에 남아 있는 생각까지도 모두 읽어주시고, 힘을 실어 주신다.
나도 내 위치에서 조금 더 온화하게, 베푸는 마음으로, 넉넉함으로 모든 것을 수용하는 자세로 일을 하려 한다.
마음을 맑게 하고, 지성을 차게 하고, 나의 생각을 나누고, 나의 능력을 나누고, 늘 긍정적 사고를 통해 나의 앞날을 힘차게 열어 갈 것이다.
나의 첫 시간을 받아주시는 그 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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