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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함께한 역사 탐방

일터에서

by 흥자 2007. 10. 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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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함께한 역사 탐방

 -네번 째


 

여행과 축제의 계절 가을, 열매 맺은 모든 것들은 익음으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저마다  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정직한 계절이다. 이런 멋스런 계절에 (사)이든샘국제청소년협회(대표 김강준)에서 마련한 마지막 만남인 장애우 와 함께하는 역사탐방 여행을 2007년 10월 13일 떠났다. 선인들의 숨결과 지혜가 깃들어 있는 의미 있는 역사 유적지를 찾아 그 정신을 배우고, 장애우 들에게는 희망을 주고자 준비했던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날이다. 그 만남을 준비하며 집을 나서며 무사 무탈하게 마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사단법인에서 준비한 간식들과 비품을 챙겨 오늘의 여행을 함께할 차량을 기다리는 시간이 처음 역사탐방을 떠날 때 보다 더 큰 떨림이 일었다. 예정된 시간에 차량이 도착하고, 주문한 도시락도 도착했다. 역사의 뒤안길을 함께 돌아볼 친구들과 인솔교사가 있는 구암역을 향해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대전의 역사를 바꿔가는 전철역 앞에는 여행을 떠나려 준비하는 많은 차량들이 보이고, 원색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서성인다. 그 사람들 중에서 반가운 얼굴을 발견하고 인사를 나누고, 배웅을 나온 학부모들과 잘 다녀오겠다며 작별인사를 했다.


오늘의 일정을 함께할 일행을 실은 차는 첫 목적지인 현충사를 향해 서서히 움직여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준비한 사람의 정성이 오롯이 묻어 있는 간식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을 나눠주고 반갑다는 김 대표의 인사와 함께 오늘의 돌아볼 코스를 이야기 해 주었다.


만날수록 반가운 얼굴들이다. 여행길의 즐거움을 함께 하고자 친구들에게 노래를 권했다. 서로들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앞좌석에 앉은 친구들부터 차례로 노래를 한다. 어눌한 노래와 주변 풍경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가을이 가로수 가지 끝에 살포시 내려 앉아 부끄러운 듯 갖가지 색으로 물들고 있고, 뽀사시한 얼굴로 손을 흔드는 갈대의 몸짓은 흥겨움에 장단을 맞추는 듯하다.


 


 

 

낯선 듯 낯익은 풍경 속에 현충사 이정표가 눈에 들어 왔다. 은행나무 가로수들이 노랗게 옷을 갈아입고, 천변에는 강태공들이 낚시를 즐기고, 낮은 언덕에는 갈대가 하얗게 웃고 있고, 바닥에는 코스모스가 애잔하게 피어 있다. 현충사 주차장에 들어섰다. 관리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정문을 열고 매표소 앞까지 친구들을 태운 차량이 진입을 했다. 두 번째 뵙는 분들이다. 지난번 친구들을 데리고 왔을 때도 친절을 베풀어 주더니 오늘도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맞는다. 정갈하게 가꿔진 경내에 들어섰다. 이순신 장군의 역사적 유물이 전시된 전시관을 들러 관람을 하고, 영정을 모셔 놓은 현충사당에 참배를 했다. 마침 이곳을 단채로 찾은 중국인 참배객들과 눈인사를 나눴다. 이순신 장군의 뜻을 기리기 위해 현충사를 창건하면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께서 기념식수를 했다는 금송(金松)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금송(金松)은 일본이 본산지다. 그런데 왜 하필 금송이었을까?, 그 깊은 의중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 앞에 금송(金松)을 식수했던 것은 일본을 보듯 소나무를 지켜봄으로서 경계심을 갖도록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기념촬영을 마치고 이순신 장군이 낳고 자라며 국가를 위해 백의종군하며 애국하는 심성을 닦았던 생가를 둘러보고, 무술을 연마했던 활터를 돌아 연못 속에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보면서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향내를 가슴에 안고 현충사를 나와 신정호수를 향했다.

 


 아산시민들의 쉼터가 되고 있는 조각공원이 있는 신정호, 그 곳에도 축제 열기가 가득했다. 흥을 돋우는 음악, 하늘 높이 떠 있는 애드벌륜, 기름진 음식냄새, 왁자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역시 가을은 축제의 계절인가 보다. 시민들을 위한 사생대회와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공원 건너편 정자에 자리를 잡았다.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 놓고 친구들과 함께 흥에 취해 맛나게 먹었다. 소풍에서 먹는 점심도시락 맛은 그 어떤 맛으로도 비길 수 없다. 추억과 맛이 더 해져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호수를 따라 조성된 체육공원을 돌며 호수를 감상하고 외암리 민속마을로 향했다.

 


 외암리 민속마을은 예암 이씨(李氏) 일가가 자연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삶의 터를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지키고 있는 곳이다. 설화산을 배경으로 마을 앞으로는 작은 내가 흐르고, 옛 집 그대로, 돌담이 있고, 집집마다 대문과 사립문이 있으며, 고삿 과 마을을 지키던 늙은 느티나무와 논과 밭이 마을 앞자락에 있다. 전통방식 그대로 생활하며 우리의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곳으로 도시민을 위해 개방해 놓은 체험마을이다.


메뚜기 잡이, 고구마 캐기, 계란 꾸러미 만들기 등 체험에 나선 사람들이 고삿마다 가득하다. 마을 앞 다락 논에는 벼가 자라서 쌀이 되기까지 과정을 체험하는 체험마당이 펼쳐저 있다. 예전의 농촌마을에서 그리하였듯 발로 힘차게 패달을 밟아 탈곡을 하던 호롱기가 있고, 벼를 쌀로 만드는 정미기계가 놓여 있으며, 마을 어르신들은 막걸리 한 사발로 동네잔치를 하고 있다. 이런 광경을 보고 지나던 정신적 장애를 앓던 한 친구가 순간 온전한 정신이 들었던지 어머니를 부르며 대성통곡하는 바람에 당황을 했다. 자연과 함께한 풍경 속에서 생명의 모태인 어머니를 만났던가 보다. 그런 친구를 달래서 마을을 빠져나오니 공연을 준비하느라 바쁜 주차장에 버스들이 빼곡히 들어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충남 공주를 향했다.

 


축제들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가는 곳 마다 축제...축제...또 축제다.

공주는 찬란했던 백제 문화를 후세에 계승하기 위해 부여와 동시에 백제문화제가 열려 절정에 달했다. 공산성 앞 가설무대와 거리에는 풍성한 먹거리 와 귀를 울리는 음악이 축제의 흥을 돋우고 있고, 사람들은 거리마다 가득하다. 그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친구들과 함께 공산성에 올랐다.


공산성은 백제 문주왕이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천도하여 538년(성왕 16) 사비(泗沘:지금의 부여)로 옮길 때까지 64년 동안 백제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인 공주를 보호하기 위해 축조된 성이다. 그 성문을 지키던 수문장들의 교대식 재현과, 성안마을에서 열리는 향토연극을 비롯 사진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로 가득했다. 공산성을 올라 그때 성곽을 지키던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역사의 숨결을 들으며 성안 마을에서 펼쳐진 향토연극을 잠시 관람하고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축제 열기로 뜨거운 공주를 빠져나왔다. 비로소 휴~하는 안도의 마음이다. 많은 사람들과 들뜬 축제 분위기 속에 행여 한 친구라도 돌출 행동을 하거나 길을 잃을까 노심초사 했었다. 그런 가운데 무사무탈 했음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가을 햇살이 기울고 있는 금강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출발했던 그 곳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시간에 도착했다.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의미 있고 뜻 깊은 여행의 하루를 접었다. 어둠이 도시를 감싸 안은 길 위에 피곤이 내려앉았다. 마음은 거리를 비추는 등불처럼 영롱하기만 하다.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준 (사)이든샘국제청소년협회 김강준 대표에게 감사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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