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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의 나무를 심다

일터에서

by 흥자 2007. 7. 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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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의 나무를 심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희망의 나무 심기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정신을 심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탓하지 않고 굽으면 굽은 대로 곳곳하면 곳곳한대로 묵묵히 자연에 순응하며 생명을 키워 꽃으로, 열매로, 햇볕을 가려주는 넉넉한 쉼터로, 많은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 혹한을 견디고 틔워낸 여린 잎에 찰랑이는 생명의 충만함 속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만나기도 한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절벽에 서 있는 등굽은 나무처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육신이나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들, 그들과 함께 (사)이든샘국제청소년협회(대표 김강준)에서 주관하고, 싱그린골프클럽(대표 이근두)에서 제공한 희망의 땅에 대전시와 대덕구를 비롯한 많은 기관과 자원봉사를 통해 물심양면으로 후원한 사람들과 나무를 심는 날이다.

이 행사를 위해 본연의 업무도 미뤄 두고 20여일을 전력을 쏟으며 준비 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지난 4월 7일 장애우 와 함께하는 역사탐방을 진행하고 난 감동과 3천만 그루 나무심기의 시정(市政)을 따르며 ‘내 자식은 내 신앙이다’는 김 대표의 절절한 심정으로 준비한 행사였다.

 이 행사의 주빈인 105명의 장애인, 자원봉사, 진행 등 300여명의 대규모의 인력을 움직이는 행사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다. 사실 이러한 행사를 주관한 것이 나로서는 처음이다. 그런 처음의 두려움과 설f램으로 일기예보를 몇 번씩 확인하며 가슴 졸이었다. 준비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했는지 하늘도 무심치 않았다. 태양이 엷은 구름 속에서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며 심어질 나무의 안착을 도울 물을 준비하고 있는 나무심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준비한 소품들과 나눠줄 물품들을 챙겨, 뜻 깊은 행사에 동참을 하며 나눔의 삶을 사는 자원봉사자들과 사무실 근처에서 만나 행사장으로 향하는 마음에 조급함이 일었다.

손전화가 쉼 없이 붕붕거린다. 다시금 행사에 참여할 사람들을 인솔하는 인솔자들과 위치를 파악하며 행사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쾌한 음악이 행사장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 날의 뜻을 알리는 현수막 아래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고, 희망의 나무를 심는 뜻 깊은 행사를 격려해 주기 위해 참석한 내빈들의 모습이 보였다. 전문 MC가 행사 의미와 주최 단체장, 내빈소개 및 격려사로 짧은 요식행사를 진행 했다. 그리고 이어진 전문가의 식수 요령 설명에 따라 기념식수와 함께 본격적인 나무 심기 행사가 진행 됐다.

  

-나무에 내 희망을 걸다 

나무를 심는다. 내 이름표를 걸고 내 육신을 대신해서 반듯하게 자라기를 소망하며 한 삽 한 삽 흙을 넣는다. 정신적 성장을 멈춰버린 사람, 사지(四肢)가 온전치 못한 사람, 세상을 온통 암흑 속에서 사는 사람, 이런 저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나무를 곧추세우며 희망을 심는다. 생명을 길러내는 흙 속에 절망을 넣고, 나무에 희망의 열매가 열리기를 소망하며 정신을 심는다. 아니 혼(魂)을 심는다. 그 깊은 의미와 흥분 속에 행사장은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숙연함이 흐른다. 

 행사장을 두루 뛰며 부족한 것이 없는지, 불편한 것이 없는지 살피는 가운데 지난번 역사 탐방을 같이 했던 친구들이 조금 늦게 도착했다. 기쁨으로 얼싸안고 반기는 마음에 또 한 번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들을 위해 준비된 공간을 안내하고, 이름표를 나눠 주고 이 곳 저곳을 두루 살피며 가슴 뭉클한 광경을 만났다. 몽당연필 같이 두 팔이 없는 장애우 한 분이 도움도 사양한 채, 빈 소매를 삽에 감아 발을 이용해 흙을 파고, 나무를 심고 있고, 온통 어둠의 세상 속에서 살던 장애우 한 분은 더듬더듬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귀중한 보물을 만지듯 정성을 다해 나무를 심고 있고, 굽어진 등허리로 낮은 곳도 올려 볼 수밖에 없는 장애를 가진 사람도, 세상을 어린아이 같은 정신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사람도, 빈 땅위에 마음을 다해 나무를 심으며 희망의 동산을 만들어 갔다.

-정성으로 만든 희망의 나무 동산

‘장애우 희망의 나무 동산’ 그 소중한 의미가 담긴 동산이 한 사람 한사람의 정성과 희망으로 채워져 갔다. 무엇인가 대단한 일을 마친 것 같은 뿌듯함이 그들의 얼굴에서 미소로 흐르고 있다. 나무 심기를 마치고 손에 들었던 삽을 놓고, 장갑을 벗고, 잔디위에 앉아 한 마음으로 어울려 놀이마당을 펼친다. 오색의 풍선 속에 염원을 담아 하늘로 날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음악에 몸을 맡기며 목청을 돋워 쏟아 내는 제멋대로인 노래에는 그 어떤 장애도 없다. 마음껏 춤추고, 소리치고, 노래하고 잔디밭 가운데 빙 둘러 앉아 먹는 정성이 담긴 따끈한 점심 도시락, 그 어떤 산해진미도 이 보다 더 맛날 수는 없다. 탁 트인 넓은 공간, 태양은 엷은 구름 속에서 희미한 미소로 지켜보고, 풀잎들은 땅을 딛고 서는 꿋꿋한 용기로 화답하는 사월의 마지막 날. 이 희망의 나무가 우리의 소망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며 참된 의미와 감동이 오래도록 영원하길 한 장의 추억 속에 남기고 행사를 마칠 무렵 이었다.

 시각장애인 한 분이 안내자와 함께 찾아와 손을 잡는다. “정말 내 생에 나무를 심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이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는 밝혔지만 막상 앞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나무를 심을까?, 내심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 처럼 거뜬히 나무를 심었습니다. 정말 꿈만 같습니다.” 하면서 “다음에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감동과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하며 감사의 말을 전하는 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사소한 나무를 심는 행위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꿈조차 꿀 수 없는 너무도 엄청난 벽이었음을 실감하며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고 버스에 오르는 장애인들을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그들을 태운 버스가 ‘장애우 희망의 나무 동산’을 돌아 나가고, 음악이 멈춰진 공간에는 행사를 무사히 마친 안도와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 힘겨움보다 그래도 참 잘 했다는 뿌듯한 미소가 함께 흘렀다.

 

-아름다운 세상은 모두의 소망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살수 없는 세상이다. 누군가는 지팡이가 되고, 누군가는 다리와 팔이 되고, 누군가는 머리와 가슴이 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다. 지치고 힘들 때 찾아와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될 수 있는 ‘장애우 희망의 나무 동산’, 내 희망의 나무를 키우며 어렵고 힘든 세상,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음에 용기를 얻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2007.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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