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하나로 걷는 역사의 뒤안길
-장애우 와 함께하는 역사탐방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조상들의 숨결과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는 것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다. 푸른 잎들로 온 산야가 충만한 계절, 정신적 장애로 시간이 멈춰버린 사람들의 손을 잡고 그들과 함께 눈높이는 낮추고, 마음 높이는 하늘을 향하는 무위자연의 삶을 닮아보는 하루의 여행이다. (사)이든샘국제청소년협회에서 주관하고 대전광역시와 대전지방보훈청이 후원하는 “장애우와 함께하는 역사탐방”그 의미 깊은 나들이 행사를 주관하며 무사무탈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하며 맞이한 날이다.
약속된 시간, 초침이 멈춰버린 것 같이 더디만 흘러가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하나 또 하나 다시 점검을 해 본다. 준비에 소홀한 것은 없는지, 약속된 것들은 제대로 조율되어 있는지, 아이들은 정확히 장소를 찾아올지,...불안과 기다림의 시간 속에 인솔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출발지에 아이들이 미리 도착해 있다고, 저희들도 봄 길을 떠나는 마음이 시간의 흐름보다 빨리 달렸던 모양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차량에 올랐다. 순수의 눈빛을 가진 사람들, 하루의 여정을 이야기 하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정성을 다하는 몸놀림으로 마음의 언어를 전달하며 준비한 간식들을 나누고 모듬의 의미를 더하는 모자를 나눠 쓰고 장애우 24명과 협회의 대표 와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인솔자 17명이 함께하는 사회의 일원되었다.
-망향의 동산에 참배
망향의 동산을 향해 버스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부신 햇살과 개나리 노란 미소와 여린 풀잎들이 손짓하는 고속도로를 달려 이국땅, 타향살이에 지친 육신이 죽어 돌아와 고향에 안치되어 있는 망향의 동산이다. 그리움으로 사무친 넋들이 깃들어 있는 충혼탑에서 경배를 했다.
봄의 정녕이 깃들어 있는 이 사연 많은 공원묘지에는 이념의 이데올로기 시대, 소련이 영공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무참히 저격시켜 버린 대한항공, 그로인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조성됐으며, 충혼탑 모양 또한 비행기 날개가 합장하고 있는듯하다. 이유도 모르고 무참히 죽어간 넋들과 죽어서라도 돌아가고픈 고향을 그리던 사람들, 삶의 버거움에 매여 살아생전 밟지 못하고, 죽음으로써 돌아와 누워있는 묘비 중에는 기막힌 사연도 많겠지만 한사람의 마지막 양심을 느끼게 하는 사죄비 앞에서는 미움을 넘어 연민의 정으로 마음이 아렸다.
‘사죄비’, 종군위안부들을 징집해서 끌고 갔던 일본 책임자의 묘비다. 자신의 유언에 따라 지은 죄가 너무도 많기 때문에 자신은 눕지도 서지도 못하고 비스듬히 누워 역사적 사실을 부끄럽게 느끼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받들어 모셔 놓은 탑이다. 한 민족을 무참히 말살하고, 짓밟았던 역사적 죄가 어디 한 사람만의 용서만으로 치유될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죽음 앞에서 진실할 수 있었던 애증의 비, 그를 돌아 내려오는데 공원을 찾아 제를 올리는 유가족의 모습이 하얗다. 지리적 국토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이지만 위정자들의 잘 못으로 인해 고속도로의 접근성이 용이하지 못함이 옥에 티다. 공원 주변 또한 논, 밭 주변에 정리되지 않은 산재물들이 흩어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시내를 빗겨난 외곽도로를 따라 독립기념관을 찾아 가는 길에는 벚꽃이 뽀얗게 웃고 있다.
-겨레의 맥을 잇는 독립기념관
독립기념관,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 아픈 역사의 뼈저린 마음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건립된 웅장한 민족의 성지,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안내자의 인솔아래 세 개의 전시관을 돌았다. 하나, 하나 아픔과 성찰이 있다. 우리의 근대사에서 민족의 영웅이던 이순신 과 처절하게 짓밟힌 36년간 일제강점기를 돌아보는 동안 가슴이 아프다. 함께 손잡고 역사적 사실을 설명 듣던 장애우가 마음이 너무 슬프다하며 단발마의 한 숨을 내 뱉는다. 민족수탈 작전을 펼쳤던 아니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일본 역사의 왜곡. 아직 100년도 안 되는 세월이고, 그 처참한 세월을 살았던 사람들이 두 눈 뜨고 있는데 그들의 위정자들은 세계적인 경제적 부(富)를 무기삼아 정치적, 정략적으로 우리의 애국심을 이용하며 명예를 누리려 하는 오만한 작태를 보게 된다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잃어버린 국권을 되찾기 위해 항거하던 민족지사들 투혼을 가슴에 새기며, 징용으로 위안부로 끌려가 노동과 성을 착취당했던 조국 잃은 설움을 온 몸으로 견디며 비참한 세월을 살아야 했던 애국지사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아야 함을 다시금 깨달으며 아픈 어제와 오늘이 숨 쉬는 전시공간을 빠져 나왔다.
민족 성지로서 훌륭한 겉모습도 좋지만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구조물에 씁쓸한 마음이 일었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를 만들게 된 초심을 잃지 않고 침체된 독립기념관을 살려 내여 역사 교육의 장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겨레의 집 앞 마당에서 다음 경유를 향하여 차에 오르는 사람들 소리, 운동장 가득 메우고 있는 태극기, 그 깃발의 함성을 들으며 아우내 장터로 향한다.
-민족의 울분을 토해 내던 의분의 장터
아우내장터, 민족의 울분을 쏟아내며 자존심을 지키고자 민족의 횃불을 밝히며 만세운동을 주도 했던 시발점이 되었던 곳, 포효하던 함성은 역사 속에 묻혀 있고, 사람은 그때 그 사람들이 아니지만 오늘도 장터에는 분주한 일상이 머물고 있다. 생생한 삶이 피부에 와 닿는 장터를 뒤로 두고 차는 서서히 움직여 유관순 사당으로 향했다. 해설자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 준다. 뜻 깊은 장소를 찾아 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만세삼창을 주문한다. 4월, 꽃들의 함성이 일어나는 계절 하늘에 울려 퍼지는 만세삼창은 그날의 감동이 되어 온 몸에 전율을 일으킨다.
17세 이화학당 소녀의 청초함 속에 어디 그런 강인함이 숨어 있었던지, 새롭게 안치돼 있는 유관순 열사의 영정에는 백의민족의 기상이 서려 있다. 눈매에 흐르는 강인함, 국가를 위기에서 구한 잔타르크보다 더 용감했던 대한의 소녀, 그를 닮은 목련이 살포시 미소 짓는 사당을 돌아 생가에 갔다.
생가에는 옛 모습이 흔적은 없고, 복원된 깨끗한 토담집이 맞는다. 거사를 도모했던 역사적 장소, 매봉교회 역시 모습을 달리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더 했다. 저무는 햇살이 교회 꼭대기에 매달려 산을 따라 누웠다.
-가슴에 안겨드는 이별의 포옹
밭일하던 농부도 갈무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지 경운기 소리가 요란하다. 그들을 보내고 역사의 흔적을 찾아 여행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 의미 있고, 뜻 깊은 하루를 접어 차에 올랐다. 차창에는 노을에 손 흔드는 어린 초록들이 아직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이야기 한다.
내 생에 장애우들과 함께한 첫 나들이, ‘다음에 우리 또 언제 만나요’ 하는 서툰 마음의 언어를 남기고 돌아서는 하얀 미소를 띈 아이들. 그들을 포옹으로 보내고 돌아서는데 가슴 속에서 따뜻한 그 무언가가 느껴졌다. (2007.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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