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자들의 국가를 읽고
진도 앞바다를 지나며
최흥자
깜깜한 밤이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오롯이 배 한척만이 제주도를 향해 가고 있다.
새해를 설계하며, 해돋이를 보고자 떠나는 여행길이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 만감이 교차하며 밝아올 새벽을 기다는데... 너희들은 즐거운 수학여행길, 얼마나 가슴 뛰고, 친구들과 수다로 재미 있었을까?..세월을 싣고 가버린 그 참혹한 시간이 오기 전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실은 배는 너희들이 잠들어 있는 진도 앞 바다를 지나가고 있다.
뱃머리에 올라서 봤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에 잠시도 서 있기 어려웠다.
세상은 봄빛으로 가득했던 그날, 바닷물에 서서히 기울어가던 배안에서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너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진다.
너희들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가족의 아픔인양 많은 사람들은 울었고, 또 울었으며, 울부짖었다.
2014년 4월16일, 죄없는 청춘의 꽃들이 바다 위에서 지던 날. 저 혼자만 살겠다고 그 많은 생명을 버리고 탈출한 사람. 왜?, 탈출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까?.
수십번, 수백번을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이해 해서는 안되는 사람. 구명조끼를 입고 모두 탈출하라는 말 한마디만 했더라면...
너희들의 침몰을 발만 동동 구르며 바라보던 우리들과, 한 생명도 구해 내지 못하는 무능한 위정자들 앞에서 솟구치던 분노가 노란 리본으로 우리들 가슴 가슴에 박혔었다.
‘왜 그랬는지?...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는 바다는 저렇게 말이 없다. 무어라 말을 하면 좋으련만.
‘가만히 있어라’...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게 어른들의 말을 잘 들었을 뿐인데...이 차가운 바다에서 오늘의 종지부를 찍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른들의 잘못으로 그렇게 내동냉이 쳐진 너희들의 시간을 거슬러 바다를 건넌다.
난 오늘도 어느 곳에선가 평범한 일상의 평화로움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눈먼자들의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너희들 앞에 부끄러운 어른으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