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선물, 문화누리카드
문화는 세대를 잇는 신뢰와 소통의 길(道)이다.
-특별한 선물, 문화누리카드
담장에 빨간 장미와 찔레꽃 향기가 신록과 함께 어우러지던 6월, 기다림 끝에 시작된 ‘문화복지전문인력’이란 반갑고 가슴 따뜻한 이름표를 달 수 있었다.
지난해 근무했던 곳에 재배치 받아 근무지로 갔을 때 환대해 주시는 사람들과 낮 익은 환경 덕분에 익숙하고 편안한 동거를 시작했다. 지난해 발로 뛰며 파악해 놓았던 관내 시설이며, 가맹점에 대해 안부전화로 상황파악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됐다. 지난해와 달리 문화누리카드 발급은 이미 마친 상태였으며, 외려 카드발급수량이 부족하여 민원인들의 원성이 들끓었다는 담당주사님의 말을 들으며 지난해와 달라진 점을 알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문화누리카드 발급자체에도 많은 애를 먹고, 가가호호 방문을 하면서 까지 관내를 누비고 다녔었는데, 첫 출발을 수월하게 시작했다. 지난해 카드플러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부족하게 느꼈던 가맹점을 찾기로 했다. 넓은 인터넷 바다를 항해하고, 주변인들의 추천을 받아 계획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곳을 찾아 가맹점으로 등록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모든 준비는 마친 상태였다.
통합문화이용권으로 이용범위가 넓어진 문화누리카드를 가지고 월별 주제가 있는 여행을 계획했다. 그 첫 출발을 위해 이용자들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와 모집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드렸다. 지난해에는 스팸전화 취급을 당하고, 불신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프로그램을 함께 했던 분들이 계셔서 인지 반응이 좋았다. 더불어 일찍 와서 꽃구경을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 왜 이렇게 늦게 와서 이 더위에 여행을 가자고 하냐며 아쉬움 섞인 한마디씩을 건네며 반갑게 받아 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어르신들과의 첫 만남은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8월 8일, 설램을 가득안고 구청장님의 잘 다녀오라는 배웅을 받으며 서해탐방을 시작했다.
여행길에 딸의 손을 잡고 공연을 함께 보았던 시각장애인이던 이모(45세)씨는 눈으로 다 볼수는 없지만, 음향과 빛의 감각을 가슴으로 느끼는 남다른 감성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고, 김모씨(69세)는 “독거노인으로 삶에 지쳐 있어 늘 우울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문화나들이를 통해 30년 만에 바다를 보았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꼭 참여시켜 달라”며 너무도 좋아 하셨다.
시작한다는 것은 반은 성공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다.
순조롭게 시작된 ‘문화누리카드로 함께하는 여행’은 9월에는 ‘순천만 여행-순천만 정원 과 낙안읍성, 드라마세트장’을, 10월에는 ‘가을 보석여행-익산 보석박물관, 천만송이국화축제, 백양사 단풍구경’을 11월에는 ‘우리 것을 찾아서-독립기념관 한국민속촌’, 12월에는 ‘전주한옥마을과 멋 기행-한국도로공사수목원, 전주한옥마을’을 끝으로 여행프로그램을 마쳤다.
청소년 중증 장애인 시설에서 진행된 도자기 체험, 그 컵 안에 힘겹게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며 그려 넣은 눈물겨운 자화상을 보면서 내 모습을 반추하게 했고, 또 다른 무의탁시설에서 진행된 요리 체험에서는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세상으로부터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슬픔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요리에 담아내는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 수 없는 존재다.
문화에 대한 갈증과 목마름은 11월 ‘우리 것을 찾아서-독립기념관 한국민속촌’ 여행에 산소 호흡기를 대동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용자를 보면서 그 분들의 간절함을 보았고, 자신의 건강이 손상되었을 때 먹고 치유되었다고 손수 채취한 약재로 정성들여 만든 건강식품을 손에 쥐어 주며 ‘이런 늙은이를 여행을 데리고 가줘서 고맙다’고 몇 번씩이나 감사의 말을 전하시던 구순이 다되신 어르신의 흐믓한 미소에서 볼 수 있었다. 또한 12월 마지막 여행인 ‘전주한옥마을과 멋기행’에 하반신 마비를 겪고 있는 젊은 이용자의 모습에서도 자신의 몸 하나 가누지 못하면서도 참여하고 싶었던 여행과 문화에 대한 갈증의 깊이를 알 수 있었다.
문화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데 실질적 문화누리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 어느 것 하나 쉽게 접근할
문화누리카드가 그림속의 떡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배치된 위치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던 문화복지전문인력 동료들이 있어서 위로가 됐고, 함께 어려움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으며, 문화복지전문인력에 대한 자긍심과 일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느꼈었다.
아쉽게도 문화복지전문인력에 대한 우리지역의 수요가 감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년에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위안되며, 나무껍질 같은 어르신들의 팍팍한 삶에 문화를 통한 생활의 활력소가 되며, 마음을 움직이는 단비를 함께 맞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14년 문화복지전문인력 수기공모 최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