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마음이 깊어지는 곳 -신원사

흥자 2007. 10. 19. 17:14

 마음이 깊어지는 곳 -신원사 (寺)


자연과 인간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계절이다. 닭이 홰를 치고, 용이 비상하는 형상을 지녔다는 계룡산 서남쪽에 안겨있는 호국불교의 본산인 신원사를 찾아가는 길이다. 울긋불긋 저마다의 색깔로 내려앉은 가을이 거리거리 마다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굽이굽이 정겨운 풍경들, 처마를 잇대고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작은 마을, 빨간 홍시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감나무, 갈무리된 다락 논에는 묶임으로 제 몫을 할 수 있는 짚단들이 드문드문 쌓여 있고, 지난여름 흘렸던 땀방울만 흔적 없이 스며 있는 들, 그를 안고 지나는 언덕길에는 노란 산국이 정겨움을 더한다.


계절을 밀고 가는 바람을 맞으며 단정하게 놓여 있는 다리를 건너 하늘에 닿을 듯 서있는 상수리나무 옆을 지나 신원사 산문에 닿았다. 돌계단을 올라 산문을 넘으며 세상 근심을 사천왕께 맡겨놓고 경내로 들어서니 훅하니 풍겨오는 솔 냄새와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반겨 준다. 마주 바라봄으로 열매 맺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주렁주렁 품었던 열매를 툭툭 털어내고 있다. 


 

 

 

대웅전 뜰 앞에는 석가여래진신사리탑이 모셔져 있고, 좌측에는 범종각이 단정하게 서 있다. 일체 지옥 중생의 번뇌를 일시에 끊게 하고 마침내 성불하여 불도를 성취케 발원하는  맑은 울림으로 세속의 더렵혀진 마음을 닦아줄 것 같은 범종, 고즈넉한 산사를 덩그렁 덩그렁 울리는 소리를 마음으로 들으며 대웅전 뜰에 올라섰다.

자연석 기단위에 배흘림을 가진 원형기둥으로 중앙 빗살문과 띠살문이 팔각지붕과 어울려 중후하면서도 수려하다.


新元寺는 본래 神院寺라 불리었다한다. 백제 의자왕 12년(652) 보덕선사가 창건, 여러 번 중창을 거듭하면서 고종 24년(1816)년 보연화상에 의해 중건되어 현재 지방유형문화제 80호로 보존되고 있는 건물이다.

지붕의 곡선미는 마치 용이 하늘로 비상하듯 하고, 후방으로 연천봉, 좌후방에는 주봉인 천황봉이 웅장하게 감싸고 있으며 절 뒤쪽으로는 좌우에 뻗은 송림과 계곡을 누비고 구비 치며 흐르는 맑은 물이 세욕을 씻어 주는 곳이다.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대웅전 뜰을 거닐어 봤다. 사바세계의 번뇌를 벗어놓기 위해 무심히 돌았을 도량. 가을이 깊어지는 산사(山寺), 그저 풍경 속에 앉아 있기만 해도 깨우침이 될 것 같은 풍광 속에 안겨있는 대웅전을 돌아 중악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중악단은 천신께 비 내림을 빌던 기우제 터이며 산신기도처로 국가의 위기 때마다 대대로 산신제를 올리던 곳이다. 조선말기의 궁전을 본떠 지붕위에는 12신상이 조각되어 있다. 정문 중문 등 이조 궁궐 형태를 그대로 축소, 웅장하게 성역화 하고 있는 한반도 최고의 산신 기도 도량으로 근엄과 위용을 갖춘 웅장한 곳이다. 현재는 지방유형문화재 제7호로 등재돼 보호 되고 있다.

빛바랜 단청과 삭은 세월이 묻어나는 못자리 선명한 소슬 문, 그 모서리에 단정하게 씌여진 글귀가  발길을 붙잡는다.


三日修心千載寶

百年貪物一朝塵

삼일만 마음을 닦아도 천년을 이어온 삶의 근간인 보물을 찾고,

평생 동안 헛된 탐욕(부정한 탐욕)으로 얻은 물질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먼지 같은 것이다.


침묵으로 대문을 넘었다.

산신의 기도처 그 묵직함과 압도하는 경건함에 두 손을 모으게 한다. 묵언, 바라봄으로 세상의 시름을 내려놓을 수 있는 중악단을 나와 5층 석탑 앞을 돌아, 마음의 광명을 뿜는 등이요 몸은 神通의 보고라는 진리의 빛을 밝히는 석등을 돌았다. 뜰에는 스님들이 가꿔놓은 배추가 찰진 푸른빛으로 속을 채워가고 있고, 요사채에 매달아 놓은 곶감이 정겨움을 더한다.

대웅전을 비롯하여 영원전, 계룡선원, 독성각, 범종각, 요사채 등을 아우르고 있는 가을빛 내려앉은 신원사, 국보24호인 금강역도상, 대웅전 좌측에 자리하고 있던 神衆 탱화, 국보 196호인 華嚴經 寶相華紋圖, 八方廣佛華嚴經雙相圖, 관세음 보살상등 진귀한 문화유산을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 작은 도랑을 건너며 마음을 씻는다.


아름드리나무들 속에 자리 잡은 기도의 요람, 그 곳에 가을이 깊어 가고, 물소리가 깊어 가듯 내 깊이도 깊어 갔으면,...이 가을에.